대도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정책, 만족도는 어땠을까?

대도시권에서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교통 정책의 핵심 과제입니다. 최근 대구를 중심으로 한 사례에서, 이용자 14,000여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6,800건을 정제하여 IPA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노선별 불만족 요인으로 혼잡도, 긴 배차 간격, 특정 노선 부재 등이 주요 이슈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선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별할 수 있으며, 이용자 중심의 노선 설계가 향후 정책 성공의 관건임을 시사합니다. 본 블로그 글에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내버스 정책 방향과 시민 만족도 사이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대도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정책

1. 시내버스 노선 개편, 왜 필요한가?

도시 내 대중교통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가 바로 시내버스입니다. 버스는 지하철이나 고속열차보다 유연하고,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시민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시의 구조, 인구 분포, 이용자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시내버스 노선은 불균형을 초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신도시가 개발되었거나 특정 상권이 커졌는데도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버스 노선이 없다면, 시민들은 오랜 도보 이동을 하거나 자가용 이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자가용 이용 증가 → 교통 혼잡 심화 → 대중교통 기피 현상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죠. 

또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노년층의 교통 복지 역시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동 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은 복잡한 환승보다는 단일 노선, 정시 운행, 저상버스 확대와 같은 요소를 더욱 중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되지 않은 채 수년 전 방식의 노선이 유지된다면,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노선 개편은 필수적입니다.

효율적인 노선 운영은 불필요한 공회전과 배출가스를 줄이고, 운행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켜 친환경 도시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즉,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단순히 ‘편리함’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 시민 이동권 보장,
✔️ 교통 혼잡 해소,
✔️ 환경 보호,
✔️ 교통 복지 실현이라는 거대한 정책 목표를 향한 기본적인 기반 작업인 셈입니다.

2. 대구 시내버스 개편 정책 사례

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바로 대구광역시의 정책 실험입니다. 대구시는 기존의 단순한 민원 중심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량 분석과 이용자 참여를 결합한 선진형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대구시는 14,000건 이상의 시민 의견을 담은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이 중 중복 데이터, 응답 오류, 비정상 값 등을 정제하여 6,800건을 최종 분석에 활용하였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방법이 바로 IPA 기법(Importance-Performance Analysis)입니다. 이 기법은 ‘이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과 ‘현재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각각 수치화하고, 두 지표를 4분면 그래프에 배치함으로써 정책의 우선순위를 시각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1. 분석 대상: 대구 시내 주요 노선

분석 대상은 각 노선별로 응답 수가 50건 이상인 구간으로 제한함으로써 통계적 신뢰도를 확보했습니다. 대구시 전체 버스 노선 중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다수의 노선을 대상으로 주요 항목(혼잡도, 정시성, 배차 간격 등)을 평가했습니다.

2-2. 주요 분석 항목

• 노선 혼잡도
• 배차 간격
• 정시성
• 기사 친절도
• 청결도
• 노선 정보의 명확성
• 특정 지역 노선 미연결
• 환승 편의성

그 결과, 시민들이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낸 항목은 혼잡도와 배차 간격, 노선 부재였습니다. 반면, 기사 친절도와 청결도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이러한 분석을 통해 대구시는 단순히 민원을 많이 받은 노선이 아닌, 실제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도가 높은 노선부터 개선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분석 결과를 토대로 문제 노선에 대해 개선 시뮬레이션과 공청회 등을 실시하여, 일방적인 행정이 아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개편안으로 설계한 점이 특징입니다.

🔍 이처럼 대구의 시내버스 개편 정책은 기존의 민원 위주 행정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시민 중심의 과학적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른 도시들의 교통 정책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3. 이용자 불만의 핵심 원인 분석

시내버스 노선 개편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실제로 불편을 느끼는 요인들을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번 대구 사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보면, 시민들의 불만은 특정 항목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원인을 통해 정확한 개선 포인트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3-1. 혼잡도와 배차 간격

혼잡도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입니다. 출근 시간대나 등하교 시간에 주요 노선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2~3대를 그냥 보내고 기다리는 일을 겪어봤을 것입니다. 이처럼 차량이 만석인 상태로 지나가면, 이용자는 시간 낭비, 불쾌감, 불안감을 겪게 되며, 결국 대중교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배차 간격 문제도 심각한 요소입니다. 정류장에서 10~15분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고, 실시간 위치 정보조차 정확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는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출퇴근 시간에 일상적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과 학생에게 매우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예상 도착 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이 자주 어긋나고, 비효율적인 배차 운영이 지속되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자가용이나 택시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처럼 혼잡도와 배차 간격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대중교통 이용률 저하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3-2. 노선 부재 문제

또 하나의 핵심 불만 요인은 노선이 없는 지역, 즉 노선 부재 문제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은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 도심 외곽 지역: 신도시 또는 도시개발로 인해 인구는 증가했지만, 기존 노선 체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지역
• 노년층 밀집 지역: 고령자들은 환승이나 복잡한 노선보다는 단일 루트를 선호하지만, 해당 지역엔 배차도 적고 노선도 드뭅니다
• 공공기관 접근성 부족 지역: 병원, 구청, 도서관 등 주요 공공시설에 직접 연결되는 노선이 부족한 경우

이러한 지역에서는 버스의 부재가 곧 고립으로 이어지며,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노선의 비효율성 역시 문제입니다. 하나의 노선이 지나치게 많은 경유지를 포함하거나, 불필요한 우회 경로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전체적인 운행 시간이 길어지고, 이용자 만족도는 낮아집니다. 

이처럼 ‘없거나, 너무 돌아가거나,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하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내버스 이용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4. 정책 개선을 위한 제언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버스 노선 개편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시민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생활형 정책이기 때문에 정교한 전략이 요구됩니다.

4-1. 이용자 중심의 설계 필요성

가장 중요한 원칙은, 행정 편의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시각에서 노선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버스 노선 설계는 통계적 수요 예측이나 지역 균형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실제 이용자의 감정적 만족도, 불편 사항, 사용 패턴 등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대구 사례처럼 정량 데이터와 정성 분석을 결합한 접근 방식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의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 설문조사와 민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 우선순위 선정
• 혼잡 구간 분석을 통한 증차 또는 배차 간격 조정
• 노선 단위의 불편 원인 진단 및 세부 전략 수립

또한, 정기적인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정책 → 시행 → 점검 → 피드백 → 재설계’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의 정책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구조가 구축되면, 이용자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됩니다.

4-2. 지역 맞춤형 개편 방향

한 도시 안에서도 지역마다 교통 수요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구간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따라서 지역 맞춤형 노선 개편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도심 지역은 ‘배차 간격의 촘촘함’과 ‘정시성’이 핵심입니다. 차가 막혀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버스 전용차로 운영 또는 신호 우선 시스템이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면, 도심 외곽이나 인구가 드문 지역에서는 고정된 버스 노선보다는 수요응답형 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it) 시스템이 훨씬 유용합니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가 앱이나 전화를 통해 예약하면 정해진 구역 내에서 유동적으로 차량이 배차되는 방식으로, 운영 비용은 줄이면서도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혁신적 모델입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환승 허브 중심의 노선 연결 강화
• 노선 간 중복 구간 정리로 효율화
•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우선 탑승 시스템 확대
• 버스 앱의 실시간 도착 정보 정확도 향상 및 이용 편의 개선

이처럼 지역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된 노선 체계는, 시민 만족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버스 이용률 증가와 교통 체계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진정한 대중교통 혁신을 위하여

시내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된 흐름이자, 생활 속 공공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정책적 효율성이나 행정 편의성을 넘어,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적 책임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대구시의 사례는 단순한 민원 해소 수준을 넘어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과 시민 체감 중심의 정책 수립이라는 새로운 교통 행정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IPA 기법을 통한 이용자 만족도 분석은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를 시각화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교통 정책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 시민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 이를 데이터로 정제한 뒤,
✔️ 정책의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시내버스뿐 아니라, 지하철, 마을버스, 택시, DRT 등 다양한 교통수단 간의 연결성 강화와 통합 운영 체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특히 교통 약자를 위한 배려와 이동권 확대는 빠질 수 없는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선 개편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교통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민의 니즈도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인 만족도 조사, 노선별 성과 평가, 지역주민 간담회와 같은 시민 참여형 교통 시스템이 함께 병행될 때, 비로소 시내버스는 모든 시민이 신뢰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